조황은 나와 나이가 같고, 고향도 같은 직장동료였다. 젊었을 때 는 좋은 신체(마쵸)와 운동특기(유도)를 갖고 있었고, 고대를 졸업한 학벌을 갖고 있었던 동료였다. 난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게 싫어 별명을 붙여 주었다. '조비(非)''라고....
모든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때의 느낌이 '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붙여서 부른 이름은 '황'대신 '비'였다. 그랬드니 그는 '조조'의 동생중에 '비'가 있으니 자기를 굉장히 추켜준 이름이라 기분이 좋다라고 해석하길래 그대로 굳었 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20여년이 흘렀는데, 그와는 전화로 통화했었고 두어번 가게로 찾아 오기도 했던 터라 친밀감도 있다. 그가 어제 가게로 찾아왔다. 전화통화에서 말했었지만 "죽기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죽자"였다.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아들이 45세가 되어 장가를 가게 되었다고 청첩장을 들고 왔다. 속으로는 45살 넘어 장가를 가는 아들놈이 아직도 늙은 부모를 앞세우나 싶어 못 마땅하기는 했으나 어찌보면 사라져 가는 우리네 결혼풍습을
그대로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도 보여 한 켠으로 많이 추켜세워 줄 수 밖에 없었지만 한편으 로는 양가 친척이나 아주 친한 친구나 친지들만 모여서 간단히 식을 치룰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비도 세월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유도로 단련된 체구가 많이 수척해졌다. 이 친구는 외양은 '헐크'를 닮았을 망정 마음씨 도 곱고 순수해서 '헐크'의 내면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가끔 들때가 있다.
이 조비가 한 참 힘깨나 쓰던 때인 계장시절에 악명높은 청송교도소가 아닌 전주교도소로 발령을 받아 갔더란다. 전주교도소는 그 당시 교정시설내에서 소위 "꼴통"이라 불리우는 말썽피는 기결수들을 집금시키고 있었단다.
행형법을 보면 징역을 받은 기결수들은 문자그대로 강제로 일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장소인 '공장'에 이들을 출역(일을 시키기위해 공장을 지정해 줌)을 시키면 기존에 터 잡고 있는 '댓빵'과 헤게모니를 두고 싸우거나 약자를
괴롭히 는 폭행을 한다거나, 뭔가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일탈된 행동때문에 말썽이 생기고, 따라서 근무자는 관리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소위 문제수들은 출역을 잘 시키지 않는 보이지 않는 룰이 시설내에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회범법자에게는 죄를 다스리는 형법이 있지만 시설내에서 규율을 위반하면 "재소자 징벌에 관한 규칙"이 적용된다. 물론 규율을 넘어서는 범죄를 저지른다면 다시 형법을 적용하여 추가형을 받게 하게 되어 있지만 대개는 징벌을 받는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다루기 위해 시설내 사법경찰의 업무를 법률에 규정하고 있고 지정을 받아 교도관이 사법경찰도 한 다. 어떻든 이들을 출역시키지 않고 밤낮으로 구금하는 곳을 미결사동이라하고 미결사동 두 서너개가 모여 '미결관구'라고
이름 붙여지는데 이 곳에는 직원들간 서로 근무를 기피하는 곳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골치아픈 존재'들의 욕구가 너무 많이 분출되는 곳이고, 그 욕구는 현행 규정이나 규칙상 들어 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서로 근무하기를
꺼리는 곳에 우리의 순둥이, 유도선수이기도 한 조비가 휴가를 갔다오니까 이 곳에 근무하라고 발령을 나 서 발령부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더란다. 일제 간수제도가 도입되어 이를 카피한 교정은 거의가 일본식을 닮다보니 거의다 도장으로 확인하고 근무표나 모든 장부에 도장이 빼꼭이 찍어야 잘 근무가 된 걸로 알던 시대였다
조비가 모든 직원이 혐오하고 근무하기 싫어하는 곳에 근무발령(배치)을 받았으니 얼굴이 붉으락 프르락 할 수 밖에.....
이를 눈치챈 차상급자인 보안계장이 관구계장인 조비를 불러 다독인다 ... "6개월만 고생해주면 순환보직을 할테니
나를 믿고 견뎌 주기 바라오." 조비는 이미 보안과장발령까지 난 걸 알아 기정사 실로 받아 들였다. 보안계장과 면담이 끝나니 이 번에는 보안과장이 불렀다. "서운한 맘 갖지말고, 어차피 누군가는 근무해야 할 곳이니 관구계장으로 열심히 근무
해주기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하더란다. 관구실(계장이 현장에서 책상과 걸상을 놓고 근무하는 곳)에 가기전에 배방계(재소자 거실지정계)와 명적계(재소자신상조 회부) 에 들려 재소자들의 신상을 파악하기 시작한 조비는 '징벌'을 밥먹듯 받고 시설내에서 악명높은 악질범이 있는 걸 발견했다 ㅡ계속